후숙과일 뜻 후숙 원리 에틸렌 종류 보관 방법

후숙과일이 뭔지, 왜 사과 옆에 두면 바나나가 빨리 익는지 궁금하다면 에틸렌 하나로 설명돼요. 후숙되는 과일과 안 되는 과일 구분법, 냉장고에 넣어도 되는 시점까지 알려드려요.

후숙과일은 나무에서 딴 뒤에도 계속 익는 과일을 말해요. "후숙(後熟)"은 글자 그대로 "뒤에 익는다"는 뜻이에요. 수확할 때는 딱딱하고 떫거나 시던 과일이 며칠 지나면 말랑하고 달콤해지는 현상이 바로 후숙이에요.

마트에서 초록색 바나나나 단단한 아보카도를 사 온 뒤 며칠 기다려서 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후숙이 되는 과일과 되지 않는 과일은 성질이 완전히 달라서, 잘못 보관하면 익지도 않고 상하기만 해요. 후숙의 뜻과 원리, 종류, 보관법을 순서대로 짚어 볼게요.

후숙의 뜻과 일어나는 변화

과일은 수확 시점을 기준으로 두 단계로 나눠 볼 수 있어요. 먼저 나무에 달려 있는 동안 크기가 커지는 "성숙" 단계가 있고, 그 뒤 맛과 향, 색이 완성되는 "숙성" 단계가 이어져요. 후숙은 수확 이후에 이 숙성이 진행되는 것을 가리켜요.

후숙 중에 과일 속에서는 몇 가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요. 전분이 당으로 분해되면서 단맛이 늘어나고, 세포벽을 이루는 펙틴이 분해되면서 과육이 부드러워져요. 엽록소가 줄어들고 다른 색소가 드러나서 초록색이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바뀌고, 향기 성분도 만들어져요.

바나나가 대표적인 예예요. 초록색 바나나는 전분이 많아 딱딱하고 떫지만, 후숙이 진행되면 껍질이 노랗게 변하고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달아져요. 나중에는 껍질에 갈색 반점(슈가 스팟)이 생기는데, 이 시기에 당도가 가장 높아요.

후숙의 핵심, 에틸렌 가스

후숙을 조절하는 물질이 에틸렌(ethylene)이에요. 에틸렌은 식물이 스스로 만드는 기체 형태의 식물 호르몬으로, 열매의 숙성 신호 역할을 해요. 후숙 과일은 익기 시작하면 에틸렌을 많이 내뿜고, 이 에틸렌이 주변 과일의 숙성도 함께 재촉해요.

그래서 덜 익은 바나나를 사과나 배 곁에 두면 더 빨리 익어요. 사과는 에틸렌을 많이 내는 과일이라서 종이봉투에 사과와 아보카도를 같이 담아 두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어요. 봉투가 가스를 가둬 주기 때문에 효과가 더 커져요.

반대로 이미 익은 과일 옆에 다른 과일을 두면 원하지 않게 빨리 물러질 수 있어요. 바나나가 든 과일 바구니에 키위나 복숭아를 같이 두면 함께 빨리 익는 이유가 이 에틸렌 때문이에요.

후숙되는 과일 (클라이맥터릭 과일)

과학적으로는 수확 후 호흡량이 급격히 늘고 에틸렌이 많이 나오는 과일을 climacteric(클라이맥터릭) 과일이라고 불러요. 이런 과일은 덜 익었을 때 따서 유통해도 집에서 익힐 수 있어요.

  • 바나나: 수입 과정에서 초록색일 때 수확해서 운반해요. 유통업체가 출하 시점에 에틸렌 처리를 해서 노랗게 맞추는 경우도 많아요.
  • 아보카도: 나무에서는 익지 않고 딴 뒤에야 부드러워져요. 만졌을 때 살짝 눌리면 먹을 때가 된 거예요.
  • 키위: 단단한 상태로 사서 실온에 두면 말랑해지면서 신맛이 줄어들어요.
  • 망고: 초록에서 노랑, 주황으로 변하며 향이 강해져요. 껍질에 눌리는 느낌이 나면 먹기 좋아요.
  • 사과, 배, 복숭아, 자두, 토마토, 멜론(일부): 이들도 수확 후 숙성이 진행돼요. 배는 수확 뒤 일정 기간 저장해야 맛이 나는 품종이 많아요.

토마토는 채소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지만, 숙성 방식으로 보면 후숙 과일에 속해요. 초록색 토마토를 실온에 두면 붉게 익는 것도 같은 원리예요.

후숙이 안 되는 과일 (논클라이맥터릭 과일)

반대로 non-climacteric(논클라이맥터릭) 과일은 수확하면 숙성이 사실상 멈춰요. 이런 과일은 나무에서 충분히 익은 뒤에 따야 하고, 상온에 둔다고 더 달아지지 않아요.

  • 포도: 딴 뒤에는 당도가 늘지 않아서 수확 시점의 맛이 그대로 유지돼요.
  • 딸기: 빨갛게 익은 상태로 따야 해요. 하얀 부분이 남은 딸기는 며칠 둬도 달아지지 않아요.
  • 감귤류(귤, 오렌지, 레몬): 껍질 색이 노랗게 변하는 것은 있지만 과육 당도는 거의 그대로예요.
  • 체리, 파인애플, 수박: 수확 후 더 달아지지 않는 대표적인 과일이에요.

파인애플은 덜 익은 것을 사서 두면 껍질이 노랗게 변해서 익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당도가 오르는 것은 아니에요. 과일을 고를 때는 후숙되는 과일인지 아닌지 먼저 구분하는 게 중요해요.

집에서 후숙하는 방법

후숙 과일은 실온에서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두는 것이 기본이에요. 직사광선을 받으면 겉만 익고 속은 덜 익을 수 있어요. 냉장고에 바로 넣으면 후숙 속도가 크게 느려져서 딱딱한 채로 오래 있다가 상해요.

빨리 익히고 싶다면 종이봉투에 과일과 사과 한 알을 같이 넣고 입구를 접어 두세요. 비닐봉지는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니 종이봉투가 나아요. 바나나는 꼭지 쪽을 랩으로 감싸면 에틸렌 방출이 줄어 천천히 익어요.

반대로 익는 속도를 늦추려면 후숙이 끝난 뒤에 냉장고로 옮겨요. 바나나는 껍질이 냉장고에서 갈색으로 변하지만 속살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아요. 아보카도는 먹기 좋게 익은 뒤 냉장하면 며칠 더 보관할 수 있어요.

후숙 과일을 살 때 고르는 요령

후숙 과일은 언제 먹을 건지에 따라 고르는 익힘 정도가 달라요. 오늘이나 내일 먹을 거라면 이미 익은 것을 고르고, 며칠 뒤에 먹을 거라면 단단한 것을 골라요. 아보카도는 꼭지를 살짝 떼었을 때 안쪽이 초록색이면 먹기 좋고, 갈색이면 너무 익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키위와 망고는 손끝으로 부드럽게 눌러 봤을 때 약간 들어가면 적당해요. 세게 누르면 멍이 드니 손바닥 전체로 살짝 쥐어 보는 게 좋아요. 배는 꼭지 쪽 목 부분이 눌리는지 확인해요.

정리하면 후숙과일이란 수확 후에도 에틸렌의 작용으로 계속 익는 과일이에요. 바나나·아보카도·키위·망고·사과·배는 후숙되고, 포도·딸기·감귤·수박·파인애플은 후숙되지 않아요. 과일마다 성질을 알고 보관하면 버리는 과일이 크게 줄어들어요.